여러분과 함께 일하게 되어 기쁘면서도 한편으로는, 우리 농업·농촌의 여건을 볼 때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게 됩니다.
오늘 퇴임하신 박 홍수 장관님께서 2년 8개월이라는 긴 기간 동안 어려운 농정을 잘 이끌어 주셔서 후임자인 저로서는 부담이 큰 것도 사실입니다. 이 자리를 빌어 전임 장관님의 노고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저는 그동안 경제기획원, 재정경제원, 기획예산처, 과학기술부, 국무조정실 등에서 30여년간 근무하면서 국가 경제정책, 재정운용, 공정거래, 과학기술 등 많은 행정 경험들을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직·간접적으로 농업·농촌과 관련된 업무를 접할 기회가 많았습니다. 지금 이 자리에도 업무와 관련하여 알게 되었던 분들이 많이 계십니다. 참으로 소중한 인연들 이라고 생각됩니다.
여러분들과 같이 일했던 것들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라면 가락동 도매시장 건설, 대단위 농업종합개발, 농어촌 구조개선 대책과 42조원 투융자계획 수립 등이 있었으며, 참여정부 들어서는 119조원 투융자계획 수립, 새만금 내부 토지개발 기본구상 확정 등 많은 어려운 일들을 함께 이루어 냈다는 생각이 듭니다.
농업·농촌의 문제가 어렵기는 하지만, 지금 이 자리에 있는 의욕에 찬 여러분들의 모습을 보면서 어떤 난관이라도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저는 오늘 이 순간부터 농림 가족의 확실한 일원으로서 여러분과 함께 고민하고 함께 땀 흘리겠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친애하는 농업인, 그리고 농림공직자 여러분!
참여정부는 참으로 많은 일을 했습니다. 특히 농업·농촌과 관련한 정책들에 있어서 큰 진전이 있었습니다.
한-칠레 FTA 비준을 시작으로 쌀 협상 등 대외적인 개방문제에 잘 대처하였고, 안으로는 농업·농촌 종합대책, 삶의 질 향상 기본계획 수립 등을 통해서 중장기 농업·농촌 정책방향과 비전을 제시하였습니다.
아울러, 양정제도, 협동조합, 농지제도 등 농업의 근간이 되는 제도들을 변화된 환경에 맞게 조정하였습니다.
이러한 성과는 농업인과 농림공직자 여러분들이 함께 노력하지 않고서는 만들어 낼 수 없는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농업인 여러분들의 입장에서 보면 아직도 미흡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많을 것이며, 우리 농림공직자들이 더욱 분발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한미 FTA 협상이 국회 비준을 앞두고 있고, EU 등 거대 경제권과의 FTA협상, 다시금 속도를 내고 있는 도하개발아젠다 협상 등이 쉴 새 없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또한 농업·농촌에 대한 소비자·국민들의 시각과 요구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소비자들은 농산물의 선택에 있어 안전성과 품질에 대한 가치를 더욱 높게 평가하고 있고, 국민들의 농촌에 대한 관점도 문화, 생태, 관광자원으로서의 인식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농업·농촌의 여건은 고령화되고 줄어드는 농업·농촌 인구와 아직도 취약한 경영구조, 소득의 정체 등으로 여전히 어렵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큰 어려움은 농업인과 농림관계자들이 개방화라는 큰 파고 속에서 막연한 불안감을 갖게 되는 것입니다. 개방화 추세는 우리가 피하려고 해도 피할 수 없는 대세입니다.
피할 수 없다면 당당하게 맞서서 개방화를 우리 농업과 농촌이 도약하는 기회로 이용해야 합니다.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먼저, 저는 우리 농업인과 농림공직자가 서로 믿고 함께 할 수 있는 농정을 추진하겠습니다. 농업인과 정부가 서로 신뢰하면서 함께 고민한다면 어떠한 어려움도 헤쳐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 우선, 농업인 여러분들이 농사를 짓고 농촌에 사는데 불편함이 없도록 농촌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농업인 여러분들의 애로를 사소한 것부터 신속하게 해결하는 생활 속의 농정을 추진하겠습니다.
저를 포함한 농림공직자들이 수시로 현장을 방문하여 생생한 농업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정책에 반영하는 한편, 농업인 여러분들이 어느 때라도 농촌 현장의 애로를 농림부로 알릴 수 있도록 『농업인 신문고』를 설치하여 운영하겠습니다.